나의 시

늑대별이 웃다

바냔나무 2012. 3. 7. 11:34

 

늑대별이 웃다

 

                                           김영찬

 

 

휴지 한 장만으로도 치부를 충분히 가릴 수 있다

마른 휴지 두 장이면 부끄러운 곳 전부

또는, 감추고 싶은 곳만

숨길 수가 있다

 

마술의 물수제비

물에 젖지 않는 휴지 한 토막

그러나 나는 한때 바람의 친구였지

 

늑대별 건너편 세상에는 무슨 수수께끼가 작패 없는

퍼즐을 맞추라고 손가락 비틀까

타로 점을 보고

타락의 극치를 위장하기 위해서

에티카의 응달

윤리의 그늘로 찾아가 거기 윤락의 붉은 머리카락들을

손수건에 입 가리듯 까닥까닥 숨기면 된다

 

그러나 나는 한때

바람의 친구였을 뿐

바람의 발가락을 슬프도록 차갑게 핥아줬을 뿐!


*모던시전문지 《이상》창간호(2012년3월)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