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투투섬에 안 간 이유》덕분에 받은편지2

바냔나무 2011. 1. 12. 16:32

 

시집 《투투섬에 안 간 이유》를 받고 아름다운 동료 시인들이 보내온 편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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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떠나간 후에

 

 

김영찬

 

 

 

 

 

 

살구나무 아래에는 무엇이 있나

무엇이 남나

 

 

살구꽃 핀 살구나무 가지 사이 꽃구름은 흘러

시간은 빠르게, 서둘러 지나가버리고

살구꽃 하르르~ 하품하듯

꽃잎 떨어진 그 자리

 

 

-차양모자 아래에는 무엇이 남나

 

 

그것이 궁금하면 왜 진즉 살구나무 아래로 가서

손 내밀지 못했나

살구나무 그 아래에는 무엇이 남아 있어야 하는 거냐고

우리들의 하얀 손금에는

무엇이 새겨져 있어야 맞느냐고

왜 진즉 젖은 입술 촉촉할 때

물어보지 않았나

 

 

지나고 난 일 지워져 없는 대로 따져 묻지 않아도

살구나무 살구꽃 진 그 자리에 가면

살구나무 그늘만 있지

 

 

당신이 떠난 후에도 무채색 그날만 남아 있지

 

 

 

 

*「당신이 떠나간 후에」, 김영찬 시집 《투투섬에 안 간 이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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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생님 고맙습니다.

 

 

잊지 않고 시집 보내주셔서 잘 읽었어요. 지난번 시집보다 잘 읽히네요.

그래도 숨은그림찾기하듯 했어요.

 

 

아무래도 저는 <당신이 떠나간 후에> 같은 시가 좋아요.

올해 제 목표는 잘 먹고 잘 노는 거랍니다.

앞으로도 주욱, 잘 먹고 잘 놀면 잘 죽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또 하나 숙제는 새 시집을 묶는 건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

들여다보면 다 시가 아닌 것 같아서, 시류에 편승하지 못하니 더더욱 돌아서면 또 자꾸 미련이 남고….

그래도 용기를 내볼까 생각 중이에요.

 

문학행사 가는 일이 왠지 이방인 같고 기웃대는 것 같아 두문불출하고 있다 보니 시가 더 안 되네요.

 

가까이 살면 "쌤, 소주 한잔 사 주세요." 하며 땡깡도 좀 부릴 텐데.

현대시학 일할 때나 리토피아 편집장 일 맡아볼 때 그러니까 2000년부터 2006년까지는

이웃집처럼 열심히 들락거렸는데….

 

서울이 점점 멀게 느껴져요

세상만사가 싱겁게 보이니 이제 나이 탓인지도 모르지만 ^*^

 

 

선생님

올 한해도 건강하시고

하시는 모든 일 큰 수확 있으시길….

 

 

-시를 쓰는 H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