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옛 문예지 <정신과표현> 송명진 주간 유고시집 헌정 진행사항

바냔나무 2011. 3. 1. 14:36

 

살아남은 우리들만 모여 찍은 사진: 고인에게 참배를 마치고 고인의 지기인 신병은 여수문협회장님(위줄 오른쪽)과 함께.

2011.1.8일 여수에서   

 

 

운행을 멎고 있는 옛 문예지 <정신과표현>을 잊지 않고

  사랑해주시는 시인 여러분,


안녕하신지요. 

2월의 마지막 주말,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3월이 오고 봄을 재촉하는 비였지요.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저는 수선화 화분을 하나 사서 다가올 봄을 기다려왔습니다.

올해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제 책상에는 수선화 노란 꽃이 피어있습니다.

그런데,  

이 꽃보다도 아름다운 일이 생겨 이 봄은 저에게 황홀하다 못해 거룩하기까지 합니다.


등불이 꺼져있는 격월간 <정신과표현>을 잊지 않고 사랑해주시는 여러 시인께서

송명진 선생 유고시집 편찬을 추진하는 일에 적극 참여해주셨습니다.

애초에 후원금으로 도와달라는 뉘앙스를 담은 제 글이 크게 잘못된 것을 알고

그 이메일 문안을 쓴 것을 후회했었습니다.

떠나신 분을 위해 마음으로나마 추모의 정을 담아달라고만 써야했는데 말이지요.

그러나 결과는 이처럼 아름답게 나타났습니다.


아름다운 시인 여러분들과 더불어 유고시집을 헌정하게 되어 기쁩니다.

 

 


*

회계를 맞은 정재분 시인이 외국여행 중이어서 임시로 통장을 관리하고 계신 윤향기 시인을 통해

오늘 확인된 2월27일까지 추가로 참여하신 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금액이 서로 다르지만 액수가 중요하지는 않아 후원금액을 여기 적시하지는 않겠습니다.)


권현형 시인

최영규 시인(전 시협사무총장)

유정이 시인

정하혜 시인(대구)

신병은 시인(현재 여수문협회장)

김박은경 시인(김은경 시인과 동일인)

한정원 시인

김승기 시인(리토피아 회장)

이원희 시인

전건호 시인(시와정신 회장)

송계헌 시인(대전)

최정란 시인(부산)

최춘희 시인

정숙자 시인

김백겸 시인(웹진 시인광장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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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Sub total 125만원 (1차에 후원하신 11명의 후원금 + 105만원 = 합 230만원)

추후 경비는 <정표예술포럼> 임원진이 충당할 예정이어서 전혀 부담이 없습니다.



*

우리가 고인을 추모하는 의미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예술의 향기를 드높이신

故 송명진 선생의 남다른 열정을 기리는 데 있다할 것입니다.

한편 떠난 분을 잊지 않고 한 때의 인연이 쉽게 끊겨버리는 일이 두렵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고인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추모시집을 헌정하는 게 당연하지만, 정작 <정신과표현>의 주인은 떠났고

종간 중인 잡지가 언제 다시 불 지펴질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처럼

아무 조건 없이 선뜻 후원해 나선 분들의 순결한 마음은 분명 아름답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참 자랑스러운 일로 광고하고 싶습니다.


이 일이 우리들의 후학들에게 귀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게재에 옛 <정신과표현>을 사랑하는 시인들을 재규합, <정표예술포럼>을 재구성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봅니다.


유고시집 원고가 정리되는 대로 <추모시집> 진행상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시심 더욱 깊어지시길 빌면서,


2011년 2월 27일 깊은 밤 김영찬이 고개 숙여 감사 말씀 적습니다.



 

'봉사'는 마음으로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것

 


 시인들의 다정한 누이/누나 W시인님,

 일전엔 제 시집에 있는 시 한편을 손글씨로 또박또박 옮겨 적은 편지를 보내주셨지요.

 2월의 마지막인 이번에는 봄소식을 전하는 멋진 엽서를 보내 주셨습니다.


 어떤 시인들은 시를 쓰는 것만으로 시인임을 자처하지만 시적인 사유로 시를 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시적행위, 시적실천으로 시를 생활화하시는 선생님은 진정한 시인이십니다.

 편지봉투는 늘 이면지를 활용하고 계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자원을 아끼고 자연을 숭모하는 정신을 저는 간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엽서에서는 특히 책더미 사진 한 장을 오려 붙이셨군요.

 그리고 왼쪽 공간엔 호랑나비가 봄기운을 얻어 천공으로 솟구치는 그림으로 여백처리를 하셨습니다.

 엽서의 한 귀퉁이를 궤 뚫고 날아오르는 나비의 몸부림은 시적 에스프리를 그대로 상징하신 것 맞지요.

 활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야지요, 겨울 동안 웅크렸던 몸과 맘을 풀고 무기력, 무사안일에 빠져있던 정신에

 봄기운을 불어넣어야지요. 자유, 자유혼에의 비상― 무한천공을 날고 싶습니다.

 이런 편지를 받을 때마다 감흥을 느끼도록 태어난 저도 시인이기는 마찬가지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왜 아니겠어요. 어떤 행동, 어떤 사유가 그 시인의 시를 형성하는 것이니까요.

 어찌 보면 선생님은 사춘기 소녀의 순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소녀로 남아있는 분 같습니다.

 순결한 마음, 섬세한 아름다움이 언제나 정신의 밑거름이 되어 우리를 감동시키지만 때로는

 순결/순수를 뛰어넘는 과격/과감한 일탈, 혁명성, 불온, 광기 또한 시인이 갈길 중의 하나라는 것을

 이 봄엔 적절히 조합해 보자고 조심스럽게 제언합니다.



*

송명진 선생 유고시집 발행에 대해 ‘봉사란 헌신이 따르는 법’이라고 쓰셨군요.

<'봉사'는 마음으로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것>이라는 말에 낙점이 찍힙니다.

추진 중인 송명진 선생 추모시집 발행에 동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태주신 후원금이 박의(薄儀)가 아니라 송주간님을 기리는 일에 동참해주신 것에 의미가 깊습니다.

시인님께서 이런 일에 기꺼이 참여하실 것을 알고 소식 전했던 것입니다.

참고로(부끄럽습니다만) 생각의 오지랖이 그리 넓지 않은 저는 때에 따라 편향적인 경우도 있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故 송명진 선생의 예술애호 정신을 추모하는 일에 함께 하시게 되어 즐겁고 행복합니다.

 감사의 뜻을 깊이 전하며, 총총 안녕히~


2011년3월1일 아침 김영찬 올림

사진: 사랑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