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둠과 한통속이 되었던 밤

바냔나무 2011. 1. 12. 13:58

 

 

 

 

어둠과 한통속이 되었던 밤



ㅊ시인,


바깥은 차가운 밤이 고요히 정지해 있어요.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말고 아무 것도 쓰지 말고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어둠을 응시하고 있으라고 누군가가 내게 명령하는 것 같은 느낌.

그 이유를 이제 알았어요.

그렇잖고요, 이 시간까지 잠들지 않고 함께 깨어있었다니.

우린 잠시 나타샤의 시인이 되어 어둠과 한통속이었던 것 맞죠,

맞고말고요.


낮에 전화를 끊고 나서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마음은 갈피를 못 잡아 무엇엔가 허둥대는 모습, 나도 모르게 어둠 속에

정체성을 잃고 망연히 헤매는 사람처럼.

어둠은 그런 나를 두껍게 에워싸고 심문하려는 듯 눈앞을 캄캄하게 가렸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겠다고 자세를 고쳐 앉았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현실은 아닌 듯 했지요.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한숨지으며, 오늘 하루 이 시간이 첫걸음이 되어

이 한 해의 시작이 행복으로 이어가면 좋겠다고 씁쓸히 자신을 위로했습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어렴풋이 아련한 밤공기가 퍼져나갔습니다. 



*

ㅊ시인이 내게 보내온 글은 나에게 아름답고 심오한 시로 읽힙니다.


 

 

 

마음과 마음들이 어디쯤에




두 편의 시를 아주 천천히 읽었습니다.

아무도 밟지 않는 눈 위를 걸어가는 조용한 발걸음으로.

그러자 어둠과 한통속이 된

시인과 나타샤의 이야기가 한 편의 동화가 되어

마음 설레게 합니다.

그러나 저는 첫눈 내린 서울 거리를 뒤에 두고

<추억의 문밖에선 등불>을 택하기로 결정을 내립니다.

시간의 양쪽 끝을 잡아당길 때

문밖에서 서성이는 추억이 너무 맵고 아리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이런 선택의 기회를 주시는 분은,

어린 날 겨울아침 화장실이 급해서 잠자리에서 일어나보니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던 것처럼, 놀라움을 선사하시는군요.

황당합니다.~~*^^* 

마음과 마음들이 어디쯤에 그치겠어요.

 

그 어디쯤에 방황을 멈추어 와 닿을지 모르는 시간 속

거기에서 또 저 먼 곳 어디까지

눈 나리는 밤이 끝없이 이어져 계속 될 듯합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운이 가득하시길 간절하게 바래요.

 

 


그래야지요, 

무엇보다도 건강 잘 챙기고 불행이 우리 곁을 빗겨가도록 행복을 더 많이

만나야겠지요. 

잘 자요~, 안녕~~~* 늘 평안하기를 기도합니다. 


2011.1.3일 깊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