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비평

내 이름은 구운몽/김지율

바냔나무 2011. 1. 3. 16:56

 

 

 

 

내 이름은 구운몽

김지율




사람들은 나를 구운몽이라고 부릅니다

구운몽이라고 발음하면 왠지 귓속말처럼 느껴지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아직 오늘밤이잖아 발꿈치를 살짝 들고 얘기할까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밤이었고 충분한 밤이었고 들판에 가득한 밤이었지 당신은 밤마다 젖은 구름으로 왔고 고양이 없는 웃음으로 왔고 때로는 눈보라 눈보라로 왔지 당신이 사과 하나를 들고 똑같이 나누자 갑자기 모든 것이 조용해 졌어 오늘 밤 나는 당신에게 해줄 이야기가 많지만 호주머니를 잃어서 슬퍼 라고만 할게

당신은 나를 구운몽이라고 부릅니다

당신이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을 때 검은 보자기라고 발음한 것을 모른 척 했으면 좋겠어 오늘밤 구름 가까이 더 가까이서 당신의 등을 두드리며 왜 신발을 벗었니 라고만 할게 그러면 구름 속에 있는 복사씨와 살구씨는 어떤 마음일까

나는 나를 구운몽이라고 부릅니다

지구는 생각보다 빨리 돌아 금방 해가 저물어 엄마는 구름을 낳고 여전히 눈이 두 개, 귀가 두 개였던 걸 제일 기뻐했어 그럴 때 당신은 내 귀에 대고 말하겠지 귓속말 너머 귓속말 물고기 너머 물고기 구름 너머 구름 그리고 내 이름은 구운몽 당신에게 해 줄 이야기는 아직 많지만 커피엔 각설탕은 빼고 라고만 할게 우린 아직 아홉의 눈동자 아홉의 구름 그리고 아홉의 꿈이잖아






바냔나무

내 이름은 구운몽, 구운 몽은 얼마나 맛있는 시인지.
잘 익어 구름에 닿을 듯한 시,
구운몽이네.

내 이름은 구운몽, 구운몽을 구워먹고 싶은 아침이네.
뛰어난 상상력이 완벽한 pun으로 결속된 지적 이미지의 파노라마.
내가 쓴 시(이렇게 말하면 실례지만)를 읽는 느낌이네.
우리는 동족이니까.

구운몽에 이르러 이제 김지율 시인은 진정 시인이 되었다고 말하고 싶군.
극찬 받아 마땅한 시, excellent! 좋아요 구운몽.

한 15년 전에 쓴 내 시의 제목에도 <내 이름은 홍장미>가 있지.
그 시를 꺼내 볼 때가 되었다는 걸 환기시키는 시,

"구운몽"의 시절이 timess time, 시공에 퍼지는 아침
안녕~,

지율시인에게 보낸 내 시집이 진주상공을 날겠네.


[2011/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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