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비평

양문규 시집 『식량주의자』중에서 <망초꽃>

바냔나무 2011. 3. 25. 02:16

 

 

 

                  망초꽃 


                            양문규





 가난은, 밭만 갈아 피는 꽃


 비탈진 밭이랑의 구름떼


 짧은 여름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망초꽃




-양문규 시집 『식량주의자』중에서 <망초꽃>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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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문규 시인은 수십 년 떠돌던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내려온 지

10여년이 훌쩍 지나갔다, 고 시집 말미 <시인의 말>에 썼다.

 망초꽃은 산야에 흩어지게 피는 꽃.

 고향에 들었을 때 맨 먼저 그를 반겨준 꽃이 아마도 망초 꽃이었지 싶다.

꽃의 내력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가난은, 밭만 갈아 피”우더라는 것.

 이 짧은 시행 속에는 “비탈진 밭이랑의 구름떼”보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삶의 고충을 토로하자면 “짧은 여름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것으로도 시간이

모자라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이런 저런 속내이야기를 여백으로 처리했다.

 눈을 감고 고요히 그 꽃을 피워 올리면,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고향이 눈썹에

다가올 테니까. 김영찬(시인)

  


*계간 <시산맥> 2011.1월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