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초꽃
양문규
가난은, 밭만 갈아 피는 꽃
비탈진 밭이랑의 구름떼
짧은 여름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망초꽃
-양문규 시집 『식량주의자』중에서 <망초꽃> 전문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양문규 시인은 수십 년 떠돌던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내려온 지
10여년이 훌쩍 지나갔다, 고 시집 말미 <시인의 말>에 썼다.
망초꽃은 산야에 흩어지게 피는 꽃.
고향에 들었을 때 맨 먼저 그를 반겨준 꽃이 아마도 망초 꽃이었지 싶다.
꽃의 내력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가난은, 밭만 갈아 피”우더라는 것.
이 짧은 시행 속에는 “비탈진 밭이랑의 구름떼”보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삶의 고충을 토로하자면 “짧은 여름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것으로도 시간이
모자라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이런 저런 속내이야기를 여백으로 처리했다.
눈을 감고 고요히 그 꽃을 피워 올리면,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고향이 눈썹에
다가올 테니까. 김영찬(시인)
*계간 <시산맥> 2011.1월 봄호
'시와 비평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올해의 좋은 시> 푸른사상, L의 외출 (0) | 2011.06.01 |
---|---|
김영찬이 읽은시―김지녀의 ‘발설’ (평문) (0) | 2011.04.27 |
내 이름은 구운몽/김지율 (0) | 2011.01.03 |
김영찬 시인의 시집『투투섬에 안 간 이유』 (0) | 2010.12.22 |
신해욱 의 시, 천사 -----단평/김영찬 (0) | 2009.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