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강아지 꾸꾸

바냔나무 2009. 1. 31.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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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 꾸꾸

 

 

 

 

강아지 꾸꾸

김영찬





누가 이런 사막에 애완견 꾸꾸를 데려왔을까

누가 허허 벌판에 너를, 네 머리에 나쁜 손을 얹은 나를
무작정 데려왔을까
꾸꾸는 외로워
사막이란 doodler의 은거지 같은 곳
빨간 입술에 검은 얼굴, 루주 묻은 필터들만 돌아다니지
누가 함부로 데려왔을까
통기타 소리도 통바지 가랑이도 찢어져
못 쓰게 된 곳

꾸꾸는 두려워 도마뱀이 모래톱에 숨는 밤에는
마른침 삼키며
z z z 코브라 울음소릴 흉내 내기도 하지
미치도록 무서워서 중천에 걸린 달에게
하소연도 하지
꾸꾸는 원적지를 말소당하고만 거야

누가 남의 집 지붕인 이곳에 귀여운 강아지
꾸꾸를 방기했을까
불쌍한 꾸꾸
사막의 승냥이들에게 붙잡혀 두개골 아삭아삭
깨물려 먹힐 각오가 돼 있지

*노바디^ 노바디^ 밧츄~
오늘밤 꾸꾸는 나와 함께 꼬리를 싹둑 자를 거야
있으나마나한 꼬리를 싹둑 잘라내고
원더걸의 무대에 오르면
굳은 살 박힌 발꿈치나 핥아달라고 발바닥 내밀겠지
너무 빠른 결정을 내린 게 잘못?
너에게 다른 선택의 길이 있다면
천륜을 거스른 별 하나가 무대 밖 동쪽 하늘에 떠서
꿈속에 너를 안내할 거야

꼬리 없는 강아지 꾸꾸
노바디 노바디 밧츄, 오직 너뿐이야~, 너뿐이라니까!


**Nobody nobody but you: 원더걸스의 최
신 히트곡



*월간 <현대시학> 2008.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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