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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투섬에 안 간 이유
김영찬
나 투투섬에 안 간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투투섬 망가로브 숲에 일렁이는 바람
거기서 후투티 어린 새의 울음소릴 못 들은 걸
후회하지 않아요
처녀애들은 해변에서 하이힐을 벗어던지겠죠
물살 거센 파도에 뛰어들어 미장원에서 만진 머리를
풀어 제킨다죠
수평선을 끌어당긴 비키니 수영복 끈은
자꾸만 풀어져
슴새들의 공짜 장난감이 된다는
투투섬에
나 그 섬으로 가는 티켓을 반환해버린 걸 결코
후회하지 않아요
쓰리 당한 핸드백처럼 볼품없이 행인들 틈에 섞이다가
보도블록에 넘어진 사람 부축한 일 없지만
옛날 종로서적 해묵은 책먼지 생각이 떠올라서
풍선껌이나 사서 씹죠
―나 투투섬에 안 간 것 정말 잘한 결정이죠
발자국 수북이 쌓인 안국역 지나 박인환을 꼭 만날
예정은 아니더라도
마음속에 *마리서사 헌책방이나 하나 차리고
멀뚱멀뚱 토요일의 난간에 기대어
낡디낡은 태엽에 감긴 시간을 풀어주기도 하며
후투티 둥지 안에 투숙할까
그런 계획이죠
**마리서사:
시인 吳章煥이 운영하던 책방을 박인환이 인수, 새롭게 운영하던 서점. 한국 모더니즘 시운동의 산실인 마리서사는 당대의 문인들이 응접실처럼 드나들던 곳. 서점 이름은 안자이 후유에(安船衛)라는 일본시인의 시집 "군함마리(軍艦茉莉)"에서 따왔거나 화가이자 시인인 마리 로랑생(기욤 아폴리네르의 戀人이기도 한)의 이름에서 빌려왔을 것이라는 설.
*월간 <현대시학> 2008.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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