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수사관행
김영찬
집토끼가 네 마리
쫑긋 세운 귀의 합은 여덟
앞다리는 너무 짧고 뒷다리는 너무 길고
기능이 같진 않지만
다른 명칭이 없으므로 다리의 합은
사사 십육
16 속에는 8이 두 번이나 들어갈 수 있다
*
집토끼가 네 마리
빨간 불이 켜져 충혈된 안구가 성하다고 간주하면
눈동자의 합도
여덟
여덟은 파도치는 숫자
팔(八)
8을 향해 팔 뻗기만 하면 누구나
무한대 ∽ 뻗어
아주 쉽게 써먹기 좋지
*
네 녀석 중 어떤 녀석이 날개를 달자고
충동질했는지
햇볕 들썩이는 바깥이 맘에 든다는 식으로
네 마리 모두 날개 달고
사라졌다
도주경위와 도피처
귀를 쫑긋 세워 귀담아 들어두거나 까치발 세워
꼼꼼히 봐둬야 할 세상사의 관행은
8*8 곱해도 8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렇지 않은 이 얘길 끼적거리느라 밤새우며
파란 속눈썹 깜박거리는
나는 길 안든 들짐승이어야 할 듯싶고
길 잘못 든
집짐승이어야 할 듯도 싶은
집토끼가 넷
한 통속, 둘씩 짝지어서 도주했다면
수사방향은 분명 둘이다
*계간 『시작』2007년 겨울호
'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아지 꾸꾸 (0) | 2009.01.31 |
---|---|
투투섬에 안 간 이유 (0) | 2008.12.21 |
캡틴 캡, 모자^모자^모자^ (0) | 2008.09.23 |
김영찬의 시, <추억의 문밖에 선 등불> (0) | 2008.09.01 |
관타나모에 내리는 비 (0) | 2008.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