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캡, 모자^모자^모자^
캡틴 캡, 모자^모자^모자^
김영찬
나 아무래도 모자를 고쳐 써야겠어,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이봐, 어딜 가려고!
안 나오는 똥이라도 어거지로 누러 항문적으로
학문 깊이 모자에 대해 써야겠어
모자는 사람의 일부가 될 수 없다고?
코뼈 부러진 보조콧날
유방 뭉개져 옆구리에 댄 부목도 실리콘도 아니라는 얘기지만
모자가 신체의 일부분이 될 수 없다면 어떻게
주인의 입장을 변호하고 각색하겠어?
어떻게 거울 밖에서 노는 대머리 노총각을 설득시켜
뚜껑 열게 하겠어
아무래도 나 콧구멍 후벼 파며 생각에 잠겨봐야겠어
모자란 것들이 모자라고 설쳐대는 세상에서
모자도 안 써 본 축들이 모자보호법을 발의해 판치는 나라에서
한꺼번에 너무 많은 모자나 만들어 쓰고
캡이라고 껍신거리는 집단
나르시시즘에 대하여
똥구멍에 된장이나 바르라고 중얼거리러 나가봐야겠어
모자는 어쨌거나 두개골 위에서만 군림하지
주머니에 들어가 찌그러질 경우라도 자존심 구기는 건 아니지
행복추구권을 포기한 모자,
주인에게 귀속시킬 의무에만 골몰하다가
신분상승을 놓친을 놓친 모자를 위해
나 아무래도
세모 또는 네모로 마음에 접힌 각을 세워야겠어
바람에 이탈하기 좋게 항문 반대쪽 머리 뚜껑 수뇌부에
이건 완전 캡이잖아!
세모지거나 네모진 채 얹히더라도 Captain Cap,
cap이 되는 모자
*계간 《시에》 2008.9월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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