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을 꽃 피운 시, 나의 시인에게
김영찬
시는 유리창 박살내는 광풍(狂風)일 수 있으되 고요히
눈 깜빡이는 가로등이어야 하고
시는 심해를 물결치는 물고기의 발광체(發光體) 은비늘일 수 있으되
등줄기에 물을 뿜는 고래의 심호흡(深呼吸)이어야 하고
시는 짙푸른 녹음에 놀라 질겁하고 날아오르는 새의 비상(飛翔)이어야 하되
수풀에 길을 더듬는 뱀의 낮은 포복(匍腹)이어야 하고
시는 침묵에 값하되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한 죄 암담한 모순에
오히려 빛나야 하고 주술사의 주술에 귀동냥,
범상(犯上)* 속의 적막(寂寞)을 캐낸
고요에 몸을 던진 절체절명의 파멸(破滅)이거나 불가능을 향한 자유혼 그 자체이어야 한다
인간의 통박으로는 도무지 잔머리 굴려서 도달(到達)할 수 없는 저 곳,
불가사의한 임계(臨界)에 깃발 꽂고 서있는
당신은 누구, 정말로 멀쩡한가?
*범상(犯上):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해서는 안 될 짓을 함
계간 『애지』 2013년 봄호 발표
e-mail: tammy3m@hanmail.net 김영찬(010-5240-4960)
[출처]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13년 올해의 좋은 시 1000[811]http://www.seeinkwangj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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