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불멸을 꽃 피운 시, 나의 시인에게

바냔나무 2013. 3. 7. 21:07

 

 

불멸을 꽃 피운 시, 나의 시인에게

 

 

김영찬

 

 

 

 

  시는 유리창 박살내는 광풍(狂風)일 수 있으되 고요히

눈 깜빡이는 가로등이어야 하고

  시는 심해를 물결치는 물고기의 발광체(發光體) 은비늘일 수 있으되

등줄기에 물을 뿜는 고래의 심호흡(深呼吸)이어야 하고

  시는 짙푸른 녹음에 놀라 질겁하고 날아오르는 새의 비상(飛翔)이어야 하되

수풀에 길을 더듬는 뱀의 낮은 포복(匍腹)이어야 하고

  시는 침묵에 값하되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한 죄 암담한 모순에

  오히려 빛나야 하고 주술사의 주술에 귀동냥,

범상(犯上)* 속의 적막(寂寞)을 캐낸

 

 

고요에 몸을 던진 절체절명의 파멸(破滅)이거나 불가능을 향한 자유혼 그 자체이어야 한다

 

 

인간의 통박으로는 도무지 잔머리 굴려서 도달(到達)할 수 없는 저 곳,

불가사의한 임계(臨界)에 깃발 꽂고 서있는

당신은 누구, 정말로 멀쩡한가?

 

 

 *범상(犯上):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해서는 안 될 짓을 함

 

계간 『애지』 2013년 봄호 발표

 

 

e-mail: tammy3m@hanmail.net 김영찬(010-5240-4960)

[출처]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13년 올해의 좋은 시 1000[811]http://www.seeinkwangj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