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고원을 스치는 바람에 이마를 씻고
나는 사랑했습니다. 몽골고원에 핀 들꽃들, 체첵의 향기와 구릉 위에 낮게 내려와 갈길 망설이거나 가야할 때를 재촉하지 않는 백색 구름들의 유유자적과 초원의 어깨를 가볍게 스쳐가는 바람의 산뜻한 진로와 묵묵히 풀을 뜯는 양떼들의 무겁지 않은 침묵을.
그리고 나는 사랑했습니다. 비록 나를 탐욕자로 여겨 모습 감춰 나타나기를 꺼려하던 몽골고원의 별들조차도. 나는 내 시의 행간을 넓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고 몽골의 시인들에게 약속하듯 말했습니다. 몽골의 광야, 광활한 대초원에 쏟아지던 햇빛과 사통팔방 거침없이 부는 바람의 말갈기, 자유혼을 떠올리면 째째해지거나 치졸해지지 않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용솟음친다고 말해버렸습니다.
몽골의 순수여, 고결함이여 내 발자국 거기 남아 체첵의 향기로운 숨결에 섞여 꽃 피어있는 한, 나는 몽골의 초원을 기억하고 사랑할 것입니다. 그리워 할 것입니다. 그리고 조금은 지평이 넓은, 연과 연 사이에 시야가 확 트인 시를 쓰게 될 것입니다.
* 한(韓)/몽(蒙) 시인들과 함께한 현대시 세미나 및 한몽 시낭송회에 회동한 <아시아시인 대회>(Asia Poem "빛과 숲“ 주관) 에서 통역(울란바토르 대학 '통가' 씨)을 통해 즉석연설(?)한 나의 인사말 전문. 짧고 명료해서 좋았다는 말에 기분이 좋았었다. 우리가 칭기즈 칸 공항에 도착한 그 밤에도 가랑비가 뿌렸고 울란바토르에서 이틀 밤을 자고 유목민들의 고장인 엘승타스키아 의 게르에 도착했을 때도 이슬비가 흩뿌려 몽골의 별들은 몸을 숨겼었다. 그렇지만 몽골시인들은 몽골인들에게 그렇게나 귀하고 반가운 단비를 몰고 온 동방의 시인들이 왔다고 우리를 환대했다. 엘승타스키아 몽골초원의 별들은 우리가 게르를 떠나는 전야에 단체로 우르르 몰려나와 맑고 고결한 모습 그대로 우릴 환송해줬다.
*2010.8.1일 쓴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