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김영찬)
포도아인과 한국인과 모로코인과 탕헤르 항구에서 우린 만났지
*
선글라스로 멋을 낸 사람은 리스본 태생 포르투갈인.
그는 그의 직업에 대한 자긍심이 매우 강한 카르로스(Carlos) 씨이다.
언제나 다림질이 잘 된 정장을 하고 운전석에 오르는데 버스에서 내릴 때는
다음 행선지로 가기 위해 새로 갈아입을 옷을 옷걸이 채로 들고 나온다.
그는 몇 벌의 옷을 준비한 걸까.
그가 모는 일급관광버스에는 유럽공동체를 표시하는 EU 마크를 본 뜬
알파벳 “E”자가 자랑스럽게 붙어있다.
관광버스기사로서 3개 국어에 능통한 것보다도 투철한 그의 직업의식,
나는 그를 흠모한다.
아침에 만나 “본 디아~”, 고마움을 표시할 때, “오블리가또~!”
*
베르베르 종족의 평균 신장이 그다지 큰 편이던가.
자칭 아바스 왕조의 후예인 싸이다(Saida) 씨는 통역을 맡은 모로코인.
처음 만났을 때 그의 인상은 희랍인 조르바 역, 안소니 퀸을 연상시켰다.
턱수염이 멋진 그는 호탕한 성격에 욕심이 없어 보인다.
아랍어, 베르베르어, 포르투갈어, 영어, 스페인어에 능한 편이지만
정식교육을 통해 배운 것 같지는 않다.
아무려면 어떤가, 이미 끝났는데, 그의 통역이 때로는 너무 빗나갔었다.
담배를 끊은 나에게 그가 우정의 표시로 한 모금 권하는 권련의 품질은
너무 독해서 쓴 연기를 바로 토해내지 않으면 목구멍이 아팠다.
내가 탄 페리가 탕헤르 항에서 멀어질 때까지 부두에 혼자 남아 손을 흔드는
그의 모습은 차라리 애처로웠다.
그것은 모로코에서 내가 겪은 그 무엇보다도 값진 추억으로 남는다.
“마 쌀라마 미스따 싸이다~!” 부디 알라신의 가호가 있기를!
*2010.1.23일 모로코 탕헤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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