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착한 미소, 尺松 송명진 선생님

바냔나무 2010. 1. 11. 13:48

    

    송명진 시협이사 겸 <정신과표현>주간님의 유족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인을 추모하러 오시인 여러분께 깊은 경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덕분에 <추모시제>를 엄숙히 치룰 수 있었습니다.

 

   한국시인협회 오탁번 회장님, 불편한 몸이지만 친히 오셔서 애도해주신 김남조 선생님과

먼 시골에서 어려운 걸음을 하신 시인들(나태주,이영춘, 김성춘, 김백겸, 최정란)께 특별히 고맙습니다.

 

   고인은 어제 여수시립공원묘지에 편안히 안장되셨습니다.

지에서는 신병은 시인의 주도로 30여명의 현지 시인들이 모여 시제를 올렸다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영찬 올림

 

 

 

 

(이렇게 젊고 멋있었는데. 2007.3.17일 창덕궁의 이른 봄날. 이젠 고인이 된 송명진 주간님 : 맨왼쪽 끝 )

 

 

 

ㅁ고인의 영정 앞에서 치룬 <추도시제>에서 바친 추도문

 

 착한 미소, 尺松  송명진 선생님 


                                      김영찬

 

 




돌아돌아 '착한 미소’로 한 구루 청렴한 소나무로

돌아돌아 연초록 진리와 더불어

돌아돌아 바람처럼 유혹처럼, 돌고 도는 소문처럼

반천년의 묵언만 남기시고 훌쩍

오셨다 가신

척송 송명진 선생님,


잘 가세요, 선생님

비바람 거세게 몰아쳐도, 찬바람이 육신을 흔들어도 

세상은 그런 거야,

수묵화에 그려진 낙랑장송 소나무처럼

고고한 청학처럼 과묵하신 성품,

지긋이 미소만 띠우시던 그 얼굴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선생님의 조용한 미소 속에는

<정신과표현>이 가야할 먼 길이 아련한 추억처럼

빛을 내고 있었건만

아무도 거길 나서는 이 하나 없는 세상을 슬퍼하거나

원망하시지 않고 홀연히 떠나셨습니다


마음의 풍경 휑한 곳

죽비 내리는 나라로 홀홀히 떠나신 님,

이 겨울엔 유달리 폭설이 심했습니다

하늘도 애달픈 듯 아쉬움의 징표로

흰 눈은 선생님이 마지막 투병하시던 샘물의 집,

<샘물호스피스병원> 창가에 수북이 희한처럼

애증처럼 그토록 많이 쌓였습니다

묵묵히 병실 창밖의 적설을 내려다보시며,

세상에 진 빚이 너무 많다고 혼잣말로 오히려 겸손해 하시던

선생님, 


잘 가세요 선생님, 척송 송명진 선생님


그 푸르렀던 날들, 선생님과 더불어 함께하였던 세월이

대가없이 흘러갔습니다

공으로 참으로 공짜로 저는, 저희는

행복을 누렸습니다



어려운 역경 속에 꼿꼿한 선비정신을 지키신 님,

출판행위 자체를 문화예술로 격상

당신의 몸을 돌보시지 않고 혼신의 정렬만으로

재산과 건강을 소진하시고

그로 인해 급기야 중병을 얻어 이처럼 아까운 나이에

훌쩍 떠나신 척송 선생님,

선생님은 시서화(詩書畵)에 남다른 조예가 깊으셨습니다

시인으로서 서예가로서 그 재능은 가장 아름다운 책,

책이 곧 예술인 유작을 남기셨습니다

필생을 고집스럽게 출판문화에만 집중하신 정념

꼿꼿한 예술가로 살다가셨습니다


도서출판 <혜화당> 20년, 거기서 이룬 발군의 400여권,

이 나라 종합예술지로 가장 아름다운 제책, 제본, 편집을 자랑하는

격월간 <정신과표현> 13년,

그 세월을 보상받지 못하고 선생님은 떠나셨습니다.

 

 

도서출판 <혜화당> 20년이여 영원하라,

통권 76호로 종간의 운명에 처한 우리의 문예지 <정신과표현>이여

우리가 어떻게 거길 떠날 수 있겠습니까

떠나신 님이여,

<정신과표현>이 한갓되이 착한 미소로 남게 됨을

어떻게 용서 받아야합니까


편안히 가세요 선생님,

우리는 <정신과표현>을 떠나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남기신 발자국 위에 쌓인 눈이 녹듯이

강추위, 적설 아래 새싹 푸른 봄이

예비되어 있듯이

당신의 착한 미소 속에 우리가 남아있습니다.

 

            

   돌아돌아 나무였다면 연초록 진리였을 것이고

   돌아돌아 바람이었다면 유혹의 바람이었을 것이고

   돌아돌아 소문이었다면 반천년의 묵언이었을 것입니다

 

   돌고돌아 이리도 가벼운 존재, 그게 나일 줄이야

   세상사 조용히 흐르는 나무이거나 바람이거나

   마음의 풍경 속 착한 미소 되어

   마음의 휑한 곳 죽비 내립니다 

 

    *척송 송명진의 시, <착한 미소> 중에서



아름다운 미소, <착한 미소> 속에 떠나신 님,

시인이자 서예가, 이 나라의 진정한 출판인이셨던 척송 선생님

잘 가세요

선생님은 우리 곁을 떠나셨지만 그 뒤에 남은 우리는 

님의 곁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2010.1.9일 <추모시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