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구름의 헛기침

바냔나무 2009. 8. 21. 12:31

 

 

 

 

구름의 헛기침


                                김영찬


 


누군가가 짙은 속눈썹을 달고 솟구치는 밤이다

오장육부에 색이 웅크리는 밤이다

더 이상 아쉬울 것 없잖느냐고 아까울 게 없잖느냐고
목구멍에 수면제 털어넣고 오물거려도
잠 안 오는 밤이다

공갈빵이 부풀어 오르는 밤이다

구름의 헛기침이 또 잦아지는 밤이다

어렵사리 술 취하고난 뒤 그리 쉽게 술 깨기가 싫어서
모르겠다, 몰랐다고 솔직히 시인하면 될 텐데
허파에 털만 숭숭 솟는 밤이다

개판(개판…이라는 게 도대체 뭔데…,) 5분 전이다! 와
개판 5분 후라니까! 의 차이점, 을 천명할
자유와 오독의 근거는 무얼까
무얼까, 로 고민하고 싶어지는 밤이다

벽 쪽에 돌아누운 시간들이 몸뚱이 뒤집는 밤이다

자신에게 돌아앉은 집들이 문 닫는 밤이다

복화술이 발달하고
푸른 속눈썹이 내장에 툭툭 떨어져 낚싯줄 엉키는 밤이다
아니, 낚시 바늘에 걸린 물고기를 찬찬히
풀어줘야 길들여지는 밤이다

 

 

 

*계간 《애지》2009년 가을호

 

 

'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키스가오감을자극하는이유원인규명연구회맴버들께  (0) 2009.11.29
아이스크림 역사서   (0) 2009.11.20
《새로운 세상》*의 책  (0) 2009.08.20
구름의 헛기침   (0) 2009.08.20
대낄라*는 43˚   (0) 2009.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