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헛기침
김영찬
누군가가 짙은 속눈썹을 달고 솟구치는 밤이다
오장육부에 색이 웅크리는 밤이다
더 이상 아쉬울 것 없잖느냐고 아까울 게 없잖느냐고
목구멍에 수면제 털어넣고 오물거려도
잠 안 오는 밤이다
공갈빵이 부풀어 오르는 밤이다
구름의 헛기침이 또 잦아지는 밤이다
어렵사리 술 취하고난 뒤 그리 쉽게 술 깨기가 싫어서
모르겠다, 몰랐다고 솔직히 시인하면 될 텐데
허파에 털만 숭숭 솟는 밤이다
개판
개판 5분 후라니까! 의 차이점, 을 천명할
자유와 오독의 근거는 무얼까
무얼까, 로 고민하고 싶어지는 밤이다
벽 쪽에 돌아누운 시간들이 몸뚱이 뒤집는 밤이다
자신에게 돌아앉은 집들이 문 닫는 밤이다
복화술이 발달하고
푸른 속눈썹이 내장에 툭툭 떨어져 낚싯줄 엉키는 밤이다
아니, 낚시 바늘에 걸린 물고기를 찬찬히
풀어줘야 길들여지는 밤이다
*계간 《애지》200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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