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현대시학』2008년 3월호에 게재된 시 2편
불멸을 힐끗 쳐다보다 *8^
-영원성에 대한 지나친 의문
김영찬
개똥지빠귀 어린 새가 혼자 찾아와서
그림자 떨어뜨리고 가는
3월의 일요일 아침
8시15분 전
혹은 9시 조금 넘거나 10시 한참 지나
태양이 해찰해도
시계 바늘 휘지 않는 시간,
이라고
손바닥에 문신 새겨도
아무도 안 오고
개미들만 줄 서서 일터로 향하다가
잠깐 졸음에 빠지는
용소(龍沼)에
날갯죽지 부러진 풍뎅이도 아닌 내가
풍덩~ 뛰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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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포사Mariposa* 내 사랑
-김영찬
산 중턱에 호수가 누워 있었네
팜파스*에서 한참 원거리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8부 능선 산등성에
비밀처럼 창백한 산상호수가
나를 맞았네
마리포사,
나비처럼 유약한 날개를 가진 담수호
마음 아프면
아픈 맘 거기 적시고
노독에 부르튼 발 첨벙 담가도
전혀 상관없다 하네
내 영혼은 망망대해를 건너는
부정기 운항선
낮은 구름이 수시로 내려와 호수의 하복부를
쓰다듬고 가겠지만
오늘밤 나는
카라카스에서 발렌시아 반대 방향 수리남* 쪽으로
몸을 옮겨
카리브연안 항구 낮은 지붕 카페에
지친 몸을 풀 것이네
부에나스 따르데스, 부에나스 노체스!*
내 호리호리한 영혼은
밤이면 밤마다 길 잃은 사랑을 위해 떠나지
사랑은 길을 잃고
밤마다 섬 하나로 떠돌지
마리포사, 그 이름은
깨끗한 손수건에 피어나는 향신료
내 혼을 휘저어 열대화 꽃 피게 하고
육두구(肉荳蔲)* 붉은 열매 맺으라 암시하는 것 같네
마리포사는 그러나
수줍은 꽃
한 송이 해도에 표시 안 된 무명섬을 가슴에 품고
한갓 담수호로
지친 발걸음 멈춰가게 할 뿐
*마리포사mariposa: 서반아어로 나비, 호접. 모음이 멋진 음소가치(euphonic value) 때문에 여인의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단어. *팜파스pampas: 방대한 남미 대륙을 가로지르는 대초원 *수리남Surinam: 베네수엘라 서쪽에 위치한 나라. 베네수엘라에서 그 나라 쪽으로 길게 카리브해를 바라보며 펼쳐진 해안이 매우 인상적. 이 해안에 당도했을 때 바다는 춤추어 나를 반겼던가. *부에나스 따르데스, 부에나스 노체스(서반아어): 영어의 good afternoon, good night에 해당. *육두구nutmeg: 중남미에 분포하는 열대성 상록관목. 그 붉은 열매는 최고의 향신료가 됨.
*계간『현대시학』2008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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