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현대시학 3월호에 게재된 시 2편

바냔나무 2008. 3. 14. 00:13
 

*계간『현대시학』2008년 3월호에 게재된 시 2편


 

 

 


불멸을 힐끗 쳐다보다 *8^

-영원성에 대한 지나친 의문



                              김영찬





개똥지빠귀 어린 새가 혼자 찾아와서

그림자 떨어뜨리고 가는

3월의 일요일 아침

8시15분 전


혹은 9시 조금 넘거나 10시 한참 지나

태양이 해찰해도

시계 바늘 휘지 않는 시간,

이라고

손바닥에 문신 새겨도


아무도 안 오고

개미들만 줄 서서 일터로 향하다가

잠깐 졸음에 빠지는


용소(龍沼)에


날갯죽지 부러진 풍뎅이도 아닌 내가

풍덩~ 뛰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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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포사Mariposa* 내 사랑


                                  -김영찬




산 중턱에 호수가 누워 있었네



팜파스*에서 한참 원거리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8부 능선 산등성에

비밀처럼 창백한 산상호수가

나를 맞았네



마리포사,

나비처럼 유약한 날개를 가진 담수호



마음 아프면

아픈 맘 거기 적시고

노독에 부르튼 발 첨벙 담가도

전혀 상관없다 하네



내 영혼은 망망대해를 건너는

부정기 운항선

낮은 구름이 수시로 내려와 호수의 하복부를

쓰다듬고 가겠지만

오늘밤 나는

카라카스에서 발렌시아 반대 방향 수리남* 쪽으로

몸을 옮겨


카리브연안 항구 낮은 지붕 카페에

지친 몸을 풀 것이네



부에나스 따르데스, 부에나스 노체스!*

내 호리호리한 영혼은

밤이면 밤마다 길 잃은 사랑을 위해 떠나지

사랑은 길을 잃고

밤마다 섬 하나로 떠돌지



마리포사, 그 이름은

깨끗한 손수건에 피어나는 향신료



내 혼을 휘저어 열대화 꽃 피게 하고

육두구(肉荳蔲)* 붉은 열매 맺으라 암시하는 것 같네

마리포사는 그러나

수줍은 꽃

한 송이 해도에 표시 안 된 무명섬을 가슴에 품고

한갓 담수호로

지친 발걸음 멈춰가게 할 뿐




*마리포사mariposa: 서반아어로 나비, 호접. 모음이 멋진 음소가치(euphonic value) 때문에 여인의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단어. *팜파스pampas: 방대한 남미 대륙을 가로지르는 대초원 *수리남Surinam: 베네수엘라 서쪽에 위치한 나라. 베네수엘라에서 그 나라 쪽으로 길게 카리브해를 바라보며 펼쳐진 해안이 매우 인상적. 이 해안에 당도했을 때 바다는 춤추어 나를 반겼던가. *부에나스 따르데스, 부에나스 노체스(서반아어): 영어의 good afternoon, good night에 해당. *육두구nutmeg: 중남미에 분포하는 열대성 상록관목. 그 붉은 열매는 최고의 향신료가 됨.




*계간『현대시학』2008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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