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타아레나스의 철새
김영찬
푼타아레나스 상공을 나는 철새들은
새 애인 만나러 안데스산맥을 단숨에 넘는 거라네
아니지, 그렇잖고
푼타아레나스의 철새들은 헌 애인 이별하러
팜파스 초원을 일부러 느릿느릿
억지로 종단하는 거라네
사실은 그도 저도 단언하기 어려운
남 말하기 좋은 이야기
푼타아레나스의 철새들은 무거운 몸뚱이로
구름 속을 활강 하다가
구름 계곡에
그리움의 대부분을 쏟아버려 가뜬하게
세상 바깥으로
푼타아레나스의 하늘과 들과 바다를 송두리째
모이주머니에 구겨 넣고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는 쓰디쓴
각오로
용골돌기에 역린(逆鱗), 부러 어깃장 놓는 거라네
*시집, 『불멸을 힐끗 쳐다보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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