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비평

포스트모더니즘 시인 조향의 시, 바다의 층계

바냔나무 2009. 7. 3. 18:00

 

 

 

 

바다의 층계(層階)

 

                             조향(趙鄕, 본명 조섭제)

 

 

 

 

 

낡은 아코오뎡은 대화를 관뒀습니다

 

 

―――여보세요?

 

 

폰폰따리아

마주르카

디이젤 ―엔진에 피는 들국화,

 

 

―――왜 그러십니까?

 

 

         모래밭에서

 

受話器

    여인의 허벅지

        낙지 까아만 그림자

 

 

비둘기와 소녀들의 랑데―부우

그 위에

손을 흔드는 파아란 깃폭들

 

 

나비는

起重機의

허리에 붙어서

 

푸른 바다의 층계를 헤아린다.

 

 

 

――개정신보판 現代國文學粹, 自由莊(1952간)에서 발췌하여 엮은

<열음사> 1994년 간행 <趙鄕全集> 1詩,를 원문으로 옮겨 적었음. 찬

 

 

*
시인 조향은 1917년 경남 사천군 곤양면에서 태어나 진주고보를 나와 대구사범 강습과를 거쳐
일본대학 예술학원에서 수학했다. 1940년 매일신보 신춘문예에 '첫날 밤'이 입선되어 문단에 발을 디뎠다.
동아대 국문과 교수와 문과대학장을 역임했으나 말년은 쓸쓸했다.
문단 쪽에서 그를 반기는 이가 거의 없다시피 해 서울로 온 뒤 그의 초현실주의 시학에 동조하는
모임이 있던 강릉 해변에서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67세, 1984년의 봄이었다.
부산 용두산 공원 조향 시비.

열 오른 눈초리, 한 잔 한 입모습으로 소년은 가만히 총을 겨누었다
소녀의 손바닥이 나비처럼 총 끝에 와서 사뿐히 앉는다.
손끝에선 파아란 연기가 물씬 올랐다.
뚫린 손바닥의 구멍으로 소녀는 바다를 내려다 봤다.
아이 어쩜 바다가 이렇게 똥구랗니?
놀란 갈매기들은 황토산태바기에다 연달아 머릴 처박곤
하얗게 화석이 되어 갔다.

시 'EPISODE'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