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SSE
―조향(趙鄕) 1 눈을 감으며. SUNA는 내 손을 찾는다. 손을 사뿐 포개어 본다. 따스한 것이. ―――― 그저 그런 거예요! ―――― 뭐가? ―――― 세상이. SUNA의 이마가 하아얗다. 넓다.
2 SUNA의. 눈망울엔. 내 잃어버린 호수가 있다. 백조가 한 마리. 내 그 날의 산맥을 넘는다.
3 가느다랗게. 스물다섯 살이 한숨을 한다. ―――― 또 나일 한 살 더 먹었어요! SUNA는 다시 눈을 감고. ―――― 그저 그런 거예요! 아미에 하얀 수심이 어린다.
4 ―――― 속치마 바람인데.…… ―――― 돌아서 줄까? ―――― 응! 유리창 너머 찬 하늘이 내 이마에 차다.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됐어요.
5 SUNA가 화장을 한다. ―――― 화장도 예술 아녜요? SUNA의 어깨 넘으로 내 얼굴이 쏘옥 돋아난다. 나란히 나와 SUNA의 얼굴이. 거울 안에서. ―――― 꼭 아버지와 딸 같아요.
6 SUNA의 하얀 모가지에 목걸이. 목걸이에 예쁜 노란 열쇠가 달려 있다. ―――― 이걸로 당신의 비밀을 열어 보겠어요.
7 STEFANO의 목청에 취하면서. 눈으로 SUNA를 만져 본다. 오랜 동안. ―――― 왜 그렇게 빤히 보세요? ―――― 이뻐서. ―――― 그저 그런 거예요!
8 나의 SUNA와 헤어진다. 까아만 밤 ․ 거리 . 택시 프론트 그라스에 마구 달겨드는. 진눈깨비 같은 나비떼 같은. 내 허망의 쪼각 쪼각들. 앙가슴에 마구 받아 안으며. SUNA의 눈망울이. 검은 하늘에 참은 많이 박혀 있다. 깜박인다. 「그저 그런 거예요」
*自由文學, 4월호(1960년)
조향(趙鄕)전집 <열음사> 1994년 간행(刊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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