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끝마장에 김영찬이 릴케를 당신 곁에 데려왔습니다.
<김영찬의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tammy3m/70105979325 2011.3월 에서 옮겨옴>
작품:Sandra Bierman
누구든 사랑하는 이의 가슴에 몰락해보지 않고는 시인이 될 수 없습니다.
릴케의 시는 사춘기의 휘파람처럼 고요히 우리들에게 잦아들었습니다.
그러나 세계는 변하고 초원은 언제까지나 향기를 뿜어내지 않습니다.
우리가 더 이상 사춘기 소년소녀가 아니듯이 세상은 바뀌고 의식은 복잡해졌습니다.
릴케의 시를 잘못 읽으면 감상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따라와야 합니다.
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를 완성하지만,
우리가 애송하던 어떤 시들은
유아적 몽상의 늪에 우리를 빠뜨려
현실로 발 딛는데 장애요인으로 작동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릴케를 잊고 지낸 많은 세월, 우리는 무슨 일로 번잡했으며
무엇이 되어 가슴에 잦아들던 그 옛날의 릴케를 다시금 가슴에 끌어안게 되는지요.
삼월이 저물어갑니다. 릴케의 계절이 서서히 우리 앞에 꽃등 켜고 다가옵니다.
김영찬(시인)
사랑의 노래
라이너 마리아 릴케
당신의 영혼을 건드리지 않으려면
내 영혼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떻게 하면 이 영혼이
당신을 넘어 다른 것들을 향해 솟아날 수 있나요?
아, 어둠 속 깊은 곳 어느 잃어버린 것들 곁에
나의 영혼을 숨겨두고 싶습니다.
당신의 깊은 곳이 흔들릴 때도 꼼짝 않는
낯설고 조용한 그곳에.
그러나 그대와 나, 그래 우리를 건드리는 모든 것은
두 현으로 한 목소리를 내는
운궁법처럼 우리를 합쳐줍니다.
어떤 악기 위에 우리는 팽팽히 드리워져 있나요?
어떤 바이올린 주자가 우리를 손에 넣을까요?
아 달콤한 노래여.
-신시집 Neue Gedichte에서
사랑에 빠진 여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것은 나의 창문, 나는 방금 살포시 잠에서 깨어났어요.
나는 두둥실 떠도는 듯 했어요.
나의 인생은 어디에까지 미치고, 밤은 어디서 시작되는지요?
나는 생각합니다. 주위의 모든 것이 아직 나 자신 같다고;
수정의 심연처럼 투명하기도 하고 어둡기도 하고 말이 없어요.
나는 내 가슴에 별들을 담을 수도 있어요; 내 가슴은
그렇게 크다고 생각되거든요 ;
내가 사랑하기 시작하여 붙잡아 둘지도 모를 그 사람을
나의 가슴은 기꺼이 놓아줍니다.
아무 것도 쓰여진 적이 없어 낯선 듯
나의 운명은 나를 바라봅니다.
무엇 때문에 나는 이렇게 끝없음 아래 놓여 있는 건가요,
초원처럼 향기를 풍기며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소리치며, 또 누군가 그 소리를 들을까 두려워하는가요,
나는 다른 사람의 가슴 속에서
몰락하도록 운명 지어졌습니다.
-신시집 제2권 Der Neuen Gedichte Anderer Teil에서
*이 포스트는 작년 이맘 때 김영찬의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tammy3m/70105979325 에 올려 놓은 것을 옮겨온 것입니다.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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