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크리스마스 선물

바냔나무 2010. 12. 23. 10:38

 

 

크리스마스 선물



당신에게 크리스마스는 어떤 것입니까. 기쁨과 설레임 그리고 슬픔입니까.

남을 용서할 준비가 안 돼 있어 괴롭기도 하다고요.

용서하고 관용하고 잊어버리고 싶으나 그럴 용기마저 없다고요.

증오와 갈등이 꽁꽁 얼어 얼음판 같겠군요.


그렇다면 당신에게 크리스마스를 선물해 드릴까요.


이유 없이 찡그린 얼굴은 지우고 산타의 복장으로 외모를 바꿔보세요.

자, 여기 우스꽝스럽지도 않았던 당신의 얼굴에 우스꽝스런 수염을 장식할

하얀 목화솜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당신은 이제 크리스마스를 맞아들일 준비가 돼 있습니다.

거리로 지붕으로 종탑으로 올라갈 필요는 없죠.

촛불 앞에 고요히 앉아 당신의 수염 난 얼굴을 눈 나리는 창가의 유리창에

비춰보세요.

당신은 이제 몰라보게 변했습니다. 


선물을 사들고 그리운 사람을 찾아가는 대신 우선 편지를 쓸 종이를 찾는군요.

그러면 됐습니다.

당신이 기다리던 사람은 아주 가까이 당신 곁에 있으니까요.

그분을 위해 손전화 한 번만 울리세요.

아셨죠, 그 사람도 당신과 같은 마음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눈이 나립니다. 아주 먼 나라 당신이 가보지 않은 나라에서 눈이 옵니다.

사람들은 눈을 기다리고 눈 속에 파묻히기를 꿈꾸지만

거리에 내린 눈은 지겨움처럼 녹아버립니다.

그러나 당신의 국경에서 그 사람의 나라로 가는 길에 내리는 눈은

이처럼 녹지 않고 고요히 쌓여 크리스마스를 만듭니다.

 

당신은 그런데 아직도 크리스마스가 망설여집니까.

이리 오세요. 창밖의 나무들을 보세요.

추위에 떨고 있으나 잔가지들은 기쁨처럼 기다림처럼 크리스마스를 위해

알몸으로 기꺼이 모든 것을 견디고 있습니다.



*2010.12.23일 새벽 2시, 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