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서산 육쪽 마늘

바냔나무 2008. 6. 20. 02:51

 

임희숙 (시인)의 시

 

 

서산 육쪽 마늘


                임희숙 (시인)

              




아들딸을 여섯이나 농사지었다는

밥을 먹으면 시간이 남는다는 홀아비가

허물어진 담장 곁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세워놓고 마늘을 엮는다

마른 짚 사이로 내 손주가 열 하나요

으쓱 마늘대와 함께 끼워 넣으며

굵은 마늘의 머리통을 툭툭 치더니

셋은 군대 갔구 둘은 치웠구

군에 간 손자의 짧은 머리칼과

손녀의 긴 허리를 눌러 엮는다

핵교 댕기구 직장 댕기구

열하나 손주의 이름자마다

깨지고 비틀어진 손톱이 함께 섞여

마늘 한 통이 감자만큼 무겁다

썰물 녘 고랑 같은 손가락 열 개와

백내장이 덮힌 노인의 눈빛이 엮는

육쪽 마늘 한 접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우리나라 대표적인 월간문예지,『현대시학』2008년 5월호에 발표된 임희숙 시인의 시입니다. 시인은 「서산 육쪽 마늘」을 통하여 우리들과 아주 가까운 혈육임에 틀림없는 한 촌노의 질기고도 거룩한 생을 담담하면서도 농밀하게 노래했습니다. 육자배기를 읊듯 자신의 생을 나직이 읊조리며 ‘육쪽 마늘’ 한 접을 뚝딱 엮어내는 동안 어느덧 노인의 길고긴 생애도 완성되었습니다. 그의 늙은 손등은 이제 쭈글쭈글 볼썽사납다기보다는 면면히 뻗어나간 앞산뒷산 산줄기 물줄기처럼 부드러운 주름살만 일궈냈습니다. 그 줄음살에서 연유한 서산 육쪽 마늘의 맵지만 함부로 톡 쏘는 법 없는 마늘향은 우리 민족의 건강과 미각을 천년만년 보장해주고도 남을 것이 분명합니다. (김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