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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꾸꾸 -김영찬

바냔나무 2012. 4. 4. 03:01

강아지 꾸꾸


                                  김영찬




누가 이런 사막에 애완견 꾸꾸를 데려왔을까


누가 허허 벌판에 너를, 네 머리에 나쁜 손을 얹은 나를

무작정 데려왔을까

꾸꾸는 외로워

사막이란 doodler의 은거지 같은 곳

빨간 입술에 검은 얼굴, 루주 묻은 필터들만 나뒹굴지

누가 함부로 데려왔을까

통기타 소리도 통바지 가랑이도 찢어져

못 쓰게 된 곳


꾸꾸는 두려워 도마뱀이 모래톱에 숨는 밤에는

마른침 삼키며

z z z 코브라 울음소릴 흉내 내기도 하지

미치도록 무서워서 중천에 걸린 달에게

하소연도 하지


꾸꾸는 원적지를 말소당하고만 거야


누가 남의 집 지붕인 이곳에 귀여운 강아지

꾸꾸를 방기했을까

불쌍한 꾸꾸

사막의 승냥이들에게 붙잡혀 두개골 아삭아삭

깨물려 먹힐 각오가 돼 있지


*노바디^ 노바디^ 밧츄~

오늘밤 꾸꾸는 나와 함께 꼬리를 싹둑 자를 거야

있으나마나한 꼬리를 싹둑 잘라내고

원더걸스의 무대 위에 오르면

굳은 살 박힌 발꿈치나 핥아달라고 발바닥 내밀겠지

너무 빠른 결정을 내린 게 잘못?

너에게 다른 선택의 길이 있다면

천륜을 거스른 별 하나가 무대 밖 동쪽 하늘에 떠서

꿈속에 너를 안내할 거야


꼬리 없는 강아지 꾸꾸

노바디 노바디 밧츄, 오직 너뿐이야~, 너뿐이라니까!



*Nobody nobody but you: 원더걸스의 히트곡


*월간 <현대시학> 2008.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