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메디오스 바로의 환상 미학(Remedios Varo 1908-1963)
-*꿈꾸는 레시피, 마녀의 텍스트에 의한 이미지 실험 즉, 세상 밖의 추억을 모아
다른 세계로 쏘아올린 연금술 미학, (김영찬 생각)
바로는 1908년 12월 16일 스페인 카탈루냐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 스페인 각지와 북아프리카로 옮겨 다니다가 8세 때 마드리드의 수도원 학교에 어머니의 강요로 입학했다. 21세 때 미술학교의 동급생과 결혼하여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초현실주의 에 영향을 받았다.
귀국 후 바로셀로나에서 활동하던 중 스페인 내란이 일어나 1936년에 공화국 측의 의용병으로 파리에서 건너온 시인 뱅자맹 페레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듬해에 페레와 함께 파리로 건너가 앙드레 브르통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초현실주의 그룹과 교류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바로와 페레는 멕시코로 망명, 멕시코시티에서 리오노라 캐링턴을 비롯한 망명온 초현실주의자들과 보헤미안적인 생활을 한다.
1947년 페레가 파리로 되돌아간 뒤에도 바로는 멕시코에서 지냈으며, 1950년대 이후에는 발터 그루엔을 반려자로 두고 제작 활동에 몰두했다.
1955년 그룹전에서 <이동 주택>을 포함한 네 작품을 발표하여 멕시코 미술계에 큰 충격을 주며 데뷔하고 활발하게 활동을 하던 중, 1963년 10월 심장발작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회고전과 개인전이 열림에 따라 사후 평가가 높아졌다.
*꿈꾸는 레시피, 마녀의 텍스트에 의한 이미지 실험실 즉, 지구에 대한 추억
출판사 서평
레메디오스 바로(Remedios Varo 1908-1963). 스페인에서 태어나 멕시코에서 주로 활동한 초현실주의 여성 미술가. 우리에게는 매우 낯선 작가이다. 꿈과 환상, 마법의 세계를 탐구한 그녀의 글과 그림들의 독특한 매력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널리 주목받고 있으나, 국내에는 전혀 소개되어 있지 않다. 다빈치의 신간 『레메디오스 바로, 연금술의 미학』은 바로 자신이 직접 쓴 각종 텍스트와 그녀의 대표 작품들을 통해 독자들을 꿈과 상상, 연금술의 세계로 초대한다.
연금술은 철이나 납을 금으로 바꾸는 비법이다. 철이나 납은 사물이 본래 지니고 태어난 속성으로 그것을 ‘금’이라는 화려하고 값비싼, 더욱 가치 있는 물질로 업그레이드 하는 방법이 연금술이다. 물론 철이나 납이 그것 자체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 안에 있는 철과 납을 갈고 닦고 정제하여 만들어진 금은 더욱 의미 있고 중요하지 않겠는가. 또한 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을 터, 수없이 실패하고 좌절하고 인내한 후에 얻어진 금은 그야말로 나의 보물이며 이 세계, 우주의 보물일 것이다.
레메디오스 바로는 스페인 내란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현실의 추악함과 죄악을 보고 느꼈다. 진저리쳐지는 끔찍한 현실을 벗어나 그녀가 찾아간 곳은 꿈의 세계. 당시 앙드레 브르통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던 초현실주의는 바로에게 두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해주었다. 즉 이성의 통제나 미학적 혹은 도덕적 선입견 밖에서 사고하고 연상하여 삶의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바로는 여기에 연금술과 마법을 더해 조화롭고 자유로운 세계를 구축해갔다. 그녀는 이 세계와 우주의 근원과 창조, 실타래처럼 엮여 있으며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는 어떤 조정자에 의해 좌우될 수도 있는 우리의 운명 등을 통찰하고, 과학, 음악, 미술로 이 세계를 조화롭게 만들어가고자 한다. 심지어 바로는 각종 실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꿈을 꿀 수 있는 레시피도 마련했다.
멕시코에서 지내는 동안 바로는 캐링턴이나 다른 친구들과 함께 초현실주의자들의 게임을 즐길 때, 침대 정리하기, 요리 등 가정 살림과 관련된 어휘와 이미지를 이용했다. 그리고 매우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기술해 놓은 레시피들을 보면 바로가 가정 내에서 여성의 전통적인 역할인 요리와 연금술을 연관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바로는 어둠/폭력의 세계를 빛/조화의 세계로 변모시키는 주체로서의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바로에게 여성성은 생물학적 성의 구분을 넘어서서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예술과 연금술, 신비주의, 그리고 과학의 마르지 않는 근원을 의미한다. 바로의 예술-연금술은 아직은 도래하지 않은 미래 세계를 꿈꾸는 여성성의 공간이며, 그 공간에서 나의 보물을, 우주의 보물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