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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포사*Mariposa 내 사랑 / 김영찬

바냔나무 2011. 4. 1. 03:20



마리포사*Mariposa 내 사랑


                            김영찬

 

 



팜파스**를 지나 베네수엘라 북서쪽 카라카스

외곽 산등성이에

비밀처럼 창백한 산상호수 마리포사가

나를 맞았네

나비처럼 유약한 날개를 가진

담수호, 마리포사


마음 아프면 아픈 맘 거기 푹 적시고

노독에 부르튼 발 첨벙 담가도

상관없다 하네


내 영혼은 망망대해를 건너는

부정기 운항선

낮은 구름이 수시로 내려와 호수의 하복부를

쓰다듬고 가겠지만

오늘밤 나는

카라카스에서 발렌시아 반대 방향 수리남*** 쪽으로

몸을 옮겨

카리브 연안 항구 낮은 지붕 카페에

여장을 풀 것이네


부에나스 따르데스, 부에나스 노체스!****

내 호리호리한 영혼은

밤이면 밤마다 길 잃은 사랑을 위해 떠나지

사랑은 길을 잃고 밤마다

섬 하나로 떠돌지

마리포사, 그 이름은 깨끗한 손수건에 피어나는

향신료


열대화 붉게 피워 육두구***** 진한 열매 맺으라 하네

마리포사는 그런데 수줍은 여인

한 떨기 구름처럼 나비처럼 무명 섬을 가슴에 품고

8부 능선 구릉에 발걸음

멈추게 할 뿐




*마리포사mariposa: 서반아어로 나비, 호접. 모음이 멋진 음소가치(euphonic value)로

여인의 정취를 물씬 풍기게 하는 어휘.

**팜파스pampas: 방대한 남미 대륙을 가로지르는 대초원

***수리남Surinam: 베네수엘라 서쪽에 위치한 나라. 카라카스에서 수리남 쪽으로 길게

카리브를 따라 흐르는 고혹적인 풍광.

내가 거기에 당도했을 때 파도는 춤추어 나를 반겼지.


****부에나스 따르데스, 부에나스 노체스(서반아어): 영어로 good afternoon, good night.

*****육두구(肉荳蔲,nutmeg): 중남미에 분포하는 열대성 상록관목.

그 붉은 열매는 최고의 향신료가 됨.

 

*시집 <투투섬에 안 간 이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