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시집,『불멸을 힐끗 쳐다보다』에서
바냔나무
2008. 1. 4. 02:33
나무들의 고공행진
김영찬
이 나무는 그림자가 너무 뻣뻣해!
감추고 싶은 게 많지
않은 탓
빨리 늙어버린 시궁쥐 같지만 목향은 싱그럽다네
올망졸망 추녀 끝에 매달린 좀생이별들도
나뭇가지에 목 내밀고
숨 고르는 밤
정육점집 최 씨가 취중에 비틀거렸네
나무둥치 붙잡고 시원하게 방뇨 중
오줌발이 너무 세서
강물 콸콸
나무뿌리에 닿자마자 홰나무는 통째로
홍수에 휩쓸렸지
눈화장 곱게 하고 나온 초승달이
왼쪽 가지에 걸려 기울어도 하나도 춥지는 않아
휘청대는 청년 하나가
돌부리에 채인 듯 넘어지네
등 뒤로 무수한 새들이 날아올랐지만
그바람에 공중분해 된
나무, 나무아미타 관세음의
꼬리
체중 가벼운 나뭇잎들이 뭇 새들의 비상에
동조했네
이상한 밤 이상한 나무들의
고공비행
이 나무는 그래서 그림자가 뻣뻣하군!
*시집,『불멸을 힐끗 쳐다보다』에서